[한 편의 隨筆] 5월의 장미 같은 사람
[한 편의 隨筆] 5월의 장미 같은 사람
  • 괴산타임즈
  • 승인 2020.03.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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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꿈을 주는 교회 목사·시인·수필가
김인식 목사<br>
김인식 목사

5월은 장미가 피어나는 계절이다. 마을 골목길을 지나다 보면 덩굴장미가 벽을 타고 담장을 휘감아 올라가며 아름다운 자태로 맘껏 뽐을 낸다. ‘날 좀 보세요.’ 손에 손을 잡고 늘어진 장미꽃 행렬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지나가던 발길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다. 서로 어우러진 붉은 장미꽃들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게 어디 나뿐이겠는가. 너무 바빠서 발걸음을 멈추지 못한다면 눈길이라도 마주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내가 예쁘지 않나요?’ 하고 방긋 웃는 장미꽃들을 보면서 내 마음도 장미꽃처럼 화려하게 장식을 해본다.

덩굴장미꽃은 동네마다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다. 요즘은 노랑 장미 흰장미 색상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중 붉은 장미는 그 어느 꽃보다 정열적인 꽃이다. 붉은 장미는 담장을 넘어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인다.

과연 ‘화중왕(花中王)’ 이라 아니할 수 없다. ‘너 참 예쁘구나.’ 장미 한송이를 들어 눈을 마주치며 속삭여 본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처럼 그 모습을 가슴에 담으니 마치 연애할 때처럼 마음이 설레면서 그 시절을 향한 그리움이 내 안에 살포시 스며든다.

아름아름 모여 있는 꽃송이들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예쁜 꽃 주변에 가시가 있다. 가시에 둘러싸여 살다니, 무슨 연유로 가시를 갖고 사는 게냐. 무엇이 너로 하여금 가시를 돋게 했단 말이냐. 잎사귀 뒤에 숨어 있는 걸 보니 감추고 싶은 것이라도 있는 걸까. 고고한 꽃송이가 너무 예뻐서 손이라도 탈까 해서일까. 너를 볼 때 멀리서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화려한 멋과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꽃이거늘 남모르는 고민이 있나 보다.

장미꽃 가시를 보며 인간 세상을 생각해본다. 사람도 매한가지지 싶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모든 것을 갖추어 행복한 것 같지만, 가시로 무장하고 사는 이들이 있다. 남모르는 슬픔과 아픔들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한번은 A씨가 자기 집안은 콩가루 집안이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 가정은 남들이 다 부러워할 만큼 큰 부자라서 부족함 없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가족들은 저마다 가슴앓이하면서 남의 이목 때문에 하루하루를 그냥 살아간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 세상에는 A씨 집안사람들처럼 사는 이들이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장미꽃이 가시를 지니고 사는 것처럼, 아픔과 고민거리를 지니고 사는 것이 인생이니까 말이다. 장미꽃은 그 아름다움과 화려함이 꽃 중에서 빼어나지만 생명이 너무 짧다. 활짝 폈다가 시들어 땅에 떨어진 모양을 보면 지저분하고 처참하게까지 느껴진다.

짧게 살다 지는 것이 어찌 장미뿐이겠는가. 존재하는 모든 만물들도 매한가지요, 인간의 생명도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스스로 자랑하지 못할 것은, 아름다운 것도 고운 것도 잠깐이어서이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외모임에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가까이 가면 말투나 성품이 가시처럼 날카로워 늘 혼자인 사람이 있다. 성경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삶에 대해 ‘지나가는 나그네요 안개 같고, 있다가 없어질 들풀과 같다’고 정의한다.

덩굴장미는 한낮 식물이고 가시를 품고 살뿐 아니라 생도 짧다. 하지만 사는 동안에 이웃과 손에 손을 잡고 더불어 살아갈 줄은 안다. 그런데 사람이면서 세상과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고 늘 외로운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

사람아, 무엇이 그대를 외롭게 하느뇨. 귀를 기울여 그대를 부르는 자비로운 음성을 들어보시게. 그대의 아픔을 위로받으리니 마음을 여시게나. 드러내고 싶지 않는 것이 있다면 묻지 않으리다. 그대에게 있는 가시까지도 사랑할 의향이 있으니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오.

가시가 있으면 있는 대로 외면하지 않고, 그대에게서 풍기는 향기만 맡겠소이다. 그대여, 내 그대 대하기를 아름다운 순간들을 나누었던 첫사랑을 대하듯이 하리다. 5월의 장미 같은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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