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길을 묻다. 시뮬라크르(simulacre)시대가 온다.
고전에서 길을 묻다. 시뮬라크르(simulacre)시대가 온다.
  • 괴산타임즈
  • 승인 2020.03.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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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두원공대 교수
김영일 교수
김영일 교수

시뮬라크르(simulacre)는 순간적으로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 우주의 모든 사건 또는 자기 동일성이 없는 복제를 가리키는 철학 개념으로 포스트구조주의(Post-structuralism, 인간 경시 배척사상)의 대표적인 철학자 프랑스의 들뢰즈(Gilles Deleuze)가 확립한 이론이다. 

공간 위주의 사유와 합리적이고 법칙적인 사유를 지향하는 20세기 중엽의 구조주의 틀을 이어받으면서도, 포스트구조주의가 이전의 구조주의와 구분되게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이다.

시뮬라크르(simulacre, 가상의 공간, 시늉, 흉내, 모의 등)는 원래 플라톤(플라톤 철학의 개념, 이데아, Idea, 모든 존재와 인식의 근거가 되는 항구적이며 초월적인 실재를 뜻함)에 의해 정의된 개념이다. 

플라톤에 의하면,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원형인 이데아, 복제물인 현실, 복제의 복제물인 시뮬라크르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현실은 인간의 삶 자체가 복제물이고, 시뮬라크르는 복제물을 다시 복제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완전한 복제란 있을 수 없다. 사진을 찍을 때, 모델의 겉모습은 사진에 그대로 나타나지만 사진을 찍는 바로 그 순간의 모델의 진짜 모습을 담은 것은 아니다. 사진을 찍는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적인 시점에 모델의 마음속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생각·느낌까지 사진에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제되면 복제될수록 진짜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이 때문에 플라톤은 시뮬라크르를 한 순간도 자기 동일로 있을 수 없는 존재, 곧 지금 여기에 실재(實在)하지 않는 것이라 하여 전혀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았다. 

시뮬라크르를 정의할 때, 최초의 한 모델에서 시작된 복제가 자꾸 거듭되어 나중에는 최초의 모델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뒤바뀐 복사물을 의미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들뢰즈는 역사적인 큰 사건이 아니라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 즉 순간적이고 지속성과 자기 동일성이 없으면서도 인간의 삶에 변화와 의미를 줄 수 있는 각각의 사건을 시뮬라크로로 규정하고, 여기에 커다란 가치를 부여하였다. 들뢰즈는 이를 '사건의 존재론'으로 설명하는데, 그가 말한 시뮬라크르는 위의 시뮬라크르 개념과 다르다.

들뢰즈가 생각하는 시뮬라크르는 단순한 복제의 복제물이 아니라, 이전의 모델이나 모델을 복제한 복제물과는 전혀 다른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모델의 진짜 모습을 복제하려 하지만, 복제하면 할수록 모델의 모습에서 멀어지는 단순한 복제물과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들뢰즈의 시뮬라크르는 모델과 같아지려는 것이 아니라, 모델을 뛰어넘어 새로운 자신의 공간을 창조해 가는 역동성과 자기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흉내나 가짜(복제물)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들뢰즈가 시뮬라크르를 의미와 연계시켜 사건으로 다루면서 현실과 허구의 상관관계를 밝힌 이후, 시뮬라크르는 현대철학의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미래는 시뮬라크르들의 시대가 될 것이다. 고객의 욕구가 수시로 바뀌고, 시장의 흐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일수록 엉뚱한 곳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자산만의 독특함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남다른 생각으로 놀라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모두 시뮬라크르들이다.

주류와 중심에서 벗어난 독특하고 변방적인 성격을 지닌 이들은 기존의 것에 물들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세상을 산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그랬고, 주크버그가 그랬고,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자랑하는 유튜버들이 그렇다. 주류는 쉽게 지친다. 쉽게 모방되고 전파되기 때문이다. 시뮬라크르는 남들과는 다른 독특하고 유일함을 무기로 한다.

미래는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남다른 생각으로 놀라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시뮬라크르들의 시대가 될 것이다. 고객의 욕구가 수시로 바뀌고, 시장의 흐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일수록 엉뚱한 곳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따라서 주류와 중심에서 벗어난 독특하고 변방적인 성격을 지닌 이들은 기존의 것에 물들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세상을 살 것이다. 시뮬라크르시대에 맞춰 자식교육도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정체성을 가진 인간으로 키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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