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야 건강하다(2)
흔들려야 건강하다(2)
  • 괴산타임즈
  • 승인 2020.01.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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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흔들린다는 것은 고정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고정되는 것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공간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근대 서양의 과학은 흔히 고대의 기하학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기하학은 간단히 말해서 공간을 재는 것이다.

공간을 재기 위해서는 그 공간은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 만일 산의 높이를 재려고 하는데 그 산이 자꾸 높아진다든가 낮아지면 높이를 잴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의 산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정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배제해야 한다. 이러한 고정된 공간적 사유가 근대 서양과학의 바탕에 깔려 있다.

이에 비해 시간적 사유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공간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그럼에도 현실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고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현실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간적 사유와 시간적 사유가 모두 필요하다.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를 통일해야 하는 것이다.

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다. 병을 고정적인 것, 공간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몸을 통해 드러나는 가변적인 것, 시간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대체로 말하자면 근대 서양의 의학은 전자의 관점을 갖고 있고 한의학이나 대부분의 민속의학folk medicine은 후자의 관점을 갖고 있다.

이첨대동맥판막 폐쇄부전이라는 병이 있다. 물론 이는 근대 서양의학의 병명이다. 선천적인 경우 대개 유전된다. 어떤 젊은 사람이 그 병을 갖고 있었다. 그 사람은 젊은 나이에 그 병의 증상이 드러나서 자신이 그 병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면 그 어머니는 아무런 증상 없이 건강하게 지냈고 80세가 넘어 다른 병으로 수술을 받으려다 그 병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럴 때 그 어머니는 이첨대동맥판막 폐쇄부전 환자로 보아야 할까.

사실 우리 몸속에는 기생충을 비롯하여 박테리아 등 무수한 ‘이물질’이 들어 있다. 아니 우리 몸을 이루는 가장 기본 단위인 거의 대부분의 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라고 하는 박테리아가 들어있다(적혈구 제외). 생명의 탄생과정에서 세포 속으로 들어와 공생하게 된 것이다.

우리 몸의 세포가 60조 개 정도 된다고 할 때 그 세포 속에 100여 개에서 수 천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있다고 하니 그 숫자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받아들여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가 없으면 한 순간도 살 수 없다. 그러나 노화 등으로 그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암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기생충을 들 수 있다. 기생충은 말 그대로 우리 몸에 기생하고 있는 몹쓸 것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기생충이 거의 박멸되고 나서부터 각종 자가면역질환이 크게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크론씨 병 같은 경우 돼지 편충을 주입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있다. 그밖에 지나치게 청결한 환경이 오히려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병病을 ‘병幷’이라고 본다. 병이란 우리 몸의 좋은 기[정기正氣]와 나쁜 기[사기邪氣]가 더불어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치료방법도 나쁜 기를 직접 없애기보다는 좋은 기를 더 늘려주거나 다른 기를 이용하여 나쁜 기가 사라지거나 줄어들게 만든다. 예를 들어 감기가 걸렸을 때 초기에는 그것이 바이러스든 무엇이든 그런 나쁜 기운을 땀을 내서 밖으로 내보낸다.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없고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없다. 절대적으로 없어져야 할 것도 없고 반드시 있어야 할 것도 없다.

공자는 나이가 들어 네 가지를 끊었다고 했다. 첫째로 제 멋대로 생각하는 것[의意]을 끊었고 둘째로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필必]을 끊었고 셋째로 고정되어 고집하는 것[고固]을 끊었고 넷째로 이기적으로 나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我]을 끊었다고 했다. 이를 실천하려면 그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공자의 말대로 끊임없는 실천 속에서 하나씩 고쳐나간다면 우리도 그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잘못을 범하지는 않게 될 것이다. 논어라는 책은 “때 맞춰 배우고 몸으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 한 마디가 공자의 평생을 관철한[일이관지一以貫之] 정신이 아닐까 한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비천한 출신임을 자처한 공자가 성인으로 추앙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로서 성인은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내가 하는 언행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적어질 것이다.

그러려면 흔들려야 한다. 고정되어 있으면 안 된다. 내 믿음도 내 지식도 내 감정도 흔들려야 한다. 그리고 흔들릴 때마다 고쳐나가야 한다[극기克己]. 거듭 거듭 새로 나야 한다[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그럴 때 신선은 못 되어도 큰 병을 미리 막으면서 지금보다는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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