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야 건강하다(1) 
흔들려야 건강하다(1) 
  • 괴산타임즈
  • 승인 2020.01.0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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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아마 유행가의 절반 이상은 사랑노래일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랑노래는 슬프거나 쓸쓸한 내용이다.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을 노래하거나 헤어져 아픈 내용이 많다. 물론 기쁜 노래도 있지만 적어도 현실에서 기쁜 사랑을 누리는 사람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필자의 직업상,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아픈 사랑 때문에 병든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되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현실에서의 사랑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고,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면 내가 사랑하지 않는 엇갈린 사랑이 많다. 서로 사랑하게 되더라도 다른 여건이 두 사람을 갈라놓기도 한다. 때로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기도 한다.

사랑은 왜 쓸쓸한 것일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내가 하는 사랑만은 변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하듯 사랑도 변해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변하고 나와 사랑하는 사람을 둘러싼 환경도 변한다. 물론 나 자신도 변한다. 이렇게 변하는 것은 모든 것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시간을 벗어날 수 없다면 나는 다만 변화하는 것들 속에서 그 변화에 맞추어 살아가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치 흐르는 물 가운데 혼자 서 있는 것과 같다. 지금 나를 감싸고 있는 물을 내가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그 물은 시간이 지나면 흘러가버린다. 늘 새로운 물이 흘러온다. 만일 나를 감쌌던 물을 계속 사랑하고 싶다면 흘러가는 물을 따라 나도 흘러가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은 가만히 있으면서 흘러가는 물을 아쉬워하고 혼자 남아 외로워하고 떠난 물을 그리면서 슬픔에 잠기거나 때로 분노하기도 한다.

이런 일은 결혼을 한 신혼부부에게 흔히 나타난다. 결혼은 두 사람의 결합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갖자 맺고 있던 모든 사회관계와의 결합이다. 결혼을 하면 두 사람은 법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지위가 변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고 거기에서 새로운 일이 끊임없이 생긴다. 이때 상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게 되면 이렇게 말한다. “당신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 “결혼하더니 사람이 변했다.” 모든 것이 변했는데 나만 변하지 않는 기준으로 상대를 생각하는 것이다. 흘러가는 물속에 가만히 서서 흘러가는 물을 탓하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은, 모든 사물은 다른 것과 관계를 맺으면서 일정한 영향을 주고받고 그러면서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 흔들림을 감응感應이라고 한다. 그 흔들림은 물리적인 흔들림만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흔들림과 같은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흔들림이다. 마치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거나 웅장한 풍경을 보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처럼 서로에게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흔들림이다.

이런 흔들림을 통해 모든 사물은 변해간다. 만일 흔들림이 없다면 그것은 생명이 아니다. 여기에서 생명이라고 한 것은 생물학적인 의미에서의 생명이 아니라, 태어나서 자라고 결국에는 없어지게 된다는 의미에서, 그래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에서 말하는 생명이다. 그러므로 생명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포함한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모두 생명이다.

돌도 하나의 생명이다. 먼지가 쌓여 돌이 되고 돌은 다시 부서져 먼지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돌도 생명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 생명 아닌 것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흔들리지 않는 것도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했던 것, 믿는 것을 고집한다. 때로는 여기에 자기의 욕망을 더하여 대상을 자기 생각에 맞게 바꾸려 하거나 소유하려 한다. 물이 흐르지 못하게 가두려하기도 하고 새로운 물에게 지나간 물의 미덕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일은 사랑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돈과 명예, 권력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것을 추구할만한 때가 아닌데도 그것을 추구하거나 그것이 고정된 자신의 생각(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불안하고 초초해지며 분노하거나 좌절한다.

나아가 이런 일은 건강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고혈압의 기준은 120/80mmHg이고 당뇨는 126mg/dL, 고콜레스테롤혈증은 240mg/dL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 기준은 의학적으로 건강한 사람(큰 질환이 없고 술과 담배를 거의 하지 않은 정상인)의 측정치로부터 가장 높은 쪽과 가장 낮은 쪽의 2.5%를 제외한 95%를 말하는 것으로, 이것이 건강의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참고 자료일 뿐이다.

왜냐하면 건강한 사람의 수치가 그렇다는 것이지 이런 수치를 맞춘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하다는 역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위 ‘정상’ 혈압인 사람이 뇌출혈 등을 일으키는 예는 흔하게 볼 수 있다. 나아가 이 기준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로 고혈압의 경우, 미국은 고혈압의 기준을 140/90에서 130/80으로 내렸다(2017년). 120/80이 ‘정상’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고혈압 기준은 140/90이다. 미국을 따라하지 않은 것은 건강에 대한 배려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고혈압 환자가 너무 늘어나서 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번 걸리면 평생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생각해봐야 한다. 각종 질병의 기준이 내려갈 때마다 어마어마한 돈을 버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밖에 여러 가지 간수치 역시 문제가 많다. 간이 80%까지 망가져도 간수치는 정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흔들리면서 산다. 거기에 고정되어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있을 리가 없다. 우리가 ‘늘’, ‘항상’이라고 믿는 것은 고정된 무언가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그것이 늘, 항상 흔들릴 것이라는 믿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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