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해가 지고 있다. 연말이면 써 보내던 엽서 생각이 난다.
엽서라니, 구시대 유물 같게만 들릴 것이다.
나도 전엔 손편지나 엽서를 가까운 이에게 꽤 써온 사람 축에 들지만, 디지털 세상이 되었다.
그것이 큐쿄도鳩居堂 덕분에 연말 엽서 정도는 다시 쓰는 계기가 되었다.
교토京都에서 최근 수학을 했고 그 후로도 가끔 가는 나로선, 처음 가는 사람처럼 거기서 물건을 사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일찍이 스무살에 동경 긴자銀座 중심 자리에 당시는 상점 이름도 잘 몰랐으나, 들어가니 카드 엽서 필기구가 특별하여 산 기억이 있다. 그 후도 동경을 가게 되면 10층은 됨직한 건물 층층이에 진열된 여러 문방 제품들, 특히 카드 엽서 편지지들 보는 게 즐겁다.
교토京都에도 큐쿄도 널찍한 문구점이 눈에 띄어, 가기 시작했다. 내가 첨 접한 곳은 동경이었는데 알고보니 1663년에 생긴 교토가 큐쿄도 본점이었다. 일본에 역사깊은 상점이나 회사는 고도古都인 교토가 본점이고 동경이 지점인 곳이 꽤 된다. 교토가 1100년을 수도이다가 150여 년 전에야 동경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통 문화를 지키고 양성할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는 말을 듣고보니, 350년 그 전통을 후세에 전하고자 하는 가치있는 상품으로 눈에 더 들어온다.
교토 시내 테라마치寺町 상가 속 유명한 사찰 혼노지本能寺 바로 앞에 있는 큐쿄도에 발을 들이면 종이와 먹 냄새가 풍긴다. 카드 엽서 카렌다가 계절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나오는데 하나같이 고급스럽다. 일본 제품들이 그러하나, 보기만 해도 일본냄새가 나는게 있고 150년 전 일찍이 서양문명을 공부한 그들이어 서양적인 모던한 것도 많은데 대게는 거기에 자기네 독특한 맛을 가미하고 있다.
붓도 수 많은 종류이고 벼루, 먹, 연적, 향에 서예도구, 수묵화도 여러 문양과 재미있는 디자인이다.
가을에 가면 미리 나온 연말 엽서 디자인에, 십이간지十二干支 중 다음 해의 동물 그림을 응용한 엽서도 보인다. 짧은 시 한 줄, 붓으로 써 보내려 그 엽서와 편지지를 사기도 한다. 예쁘게 포장한 걸 받아들고 나오면 맘이 흡족해진다.
어려서 학교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미국서 온 거라며 광화문 바닥에 크리스마스 카드가 잔득 널려져 있어 앉아 구경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젠 연말연시 가끔 카드 오는 거 보면 정겨운 말 한마디 없이 회사 직인이 찍힌 무미건조한 것들이다. 어여쁜 디자인이 없어서일까. 비용 절약인가. 개인적인 건 이제 인터넷 디자인의 몫이 되었다. 건조해진 삶이다.
그러나 전통의 많은 분야를 지켜오는 일본에서, 동경이든 교토든 오랜 역사의 큐쿄도鳩居堂 문구점엘 가면 손편지 안쓰는 시대임에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강요하는 이 없지만, 사지 않을 수 없고 산 사람들은 거기에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글을, 상대를 떠올리며 손으로 써서 보낼 것이다.
350년 지켜온 큐쿄도鳩居堂로 조금은 덜 건조한 세상이 될 것이다.
이메일 문자 시대붓끝으로 전하고 싶네 이 마음
엽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