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의 미로
오행의 미로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09.2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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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음양오행에서 배속이란, 사물을 목화토금수의 각각으로 나누어 같은 행에 속하는 것끼리 묶는 일이다. 분류다. 예를 들면, 색깔에서 푸른색은 목의 성질을 갖고 있어서 목에 배속시킨다.

색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사건, 시간과 공간은 물론 사람의 마음까지도 모두 오행으로 분류하여 배속시킬 수 있다. 이러한 배속을 통해 우리는 그 사물이 다른 사물과의 관계에서 어떤 작용을 할지를 알 수 있다.

기의 세계에서 어떤 사물에 대해 안다는 것은 물 자체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과 나와의 관계, 그 사물과 다른 사물과의 관계를 아는 일이다. 그러므로 기의 세계에서는 물 자체의 본질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사물의 내적 구조 역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관계에서 드러나는 그 사물의 속성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구조-기능이라는 인식 틀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것이 동서를 막론하고 전근대 사회에서 해부학(기술로서의 해부가 아니라)이 발달하지 않거나 의학과 연관 되지 않은 이유다.

세상의 모든 사물을 다섯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사물이 이 다섯 가지 이외에는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세상의 모든 사물을 오행이라고 하는 다섯 가지 성질로 나누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는 절대적인 분류가 아니다.

세상은 하나로 볼 수도 있고(일원론) 둘로도 볼 수 있고(음양론 등의 이원론), 3(천지인 삼재사상, 변증법), 4(불교의 4대), ... 24(하루의 시간), ... 60(시간의 초), ... 64(주역) 등 거의 모든 숫자로 나눌 수 있다.

그럼에도 모든 사물을 다섯 가지 속성으로 나누는 것은, 첫째는 각 사물을 고립되어 존재하는 독립된 것으로 보지 않고 다른 것들과 관계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바로 그 관계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 그 관계에 의해서만 자신의 고유한 속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측면을 말하기 위함이다.

둘째로 이는 모든 사물의 운동을 하나의 과정으로 보기 위한 것이며 나아가 그런 과정을 생성과 발전, 소멸이라는 단계로 나누어 보기 위한 것이다.

셋째로 각 사물이 발전해가는 각각의 과정과 단계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곧 각 사물들이 겪는 각각의 과정과 단계 사이의 관계를 알기 위한 것이다. 오행은 이를 위한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오행의 같은 행에 배속된 것들끼리는 서로의 힘을 더해주는 효과가 있다. 악기의 같은 음끼리 만나면 그 소리가 더 커지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목에 배속되는 푸른색과 동쪽의 기가 관계를 가지면 그 힘이 더 커진다.

오행의 각 단계는 다음의 단계를 낳는다. 목木에 해당하는 봄이 화火에 해당하는 여름을 낳는 것이 그런 예이다. 이를 상생相生이라고 한다. 어미가 자식을 낳아 먹여 살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를 모자 관계라고도 한다. 상생의 순서는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이다.

이 순서는 인류의 탄생과 더불어 만들어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인류의 자연과의 감응을 통한 오랜 경험과 통찰 속에서, 그리고 아마도 인류의 탄생 이전부터 유전되어 온 생물로서의 본능적인 부분(유전자 속에 각인된 부분)이 많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순서는 무엇보다도 유목이나 농사와 같은 생산을 위해 필요했고 또한 제사를 위해서 필요했다. 제사에 어떤 희생을 쓰느냐 하는 문제는 각 부족을 구분하는 것이며 따라서 적과 아를 구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이 순서는 시대와 사회(부족)에 따라, 그리고 각 계급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학파와 이데올로기에 따라 달랐다. 의학에 적용된 오행의 순서는 천문, 음악, 식물학(본초本草) 분야의 그것과 같다.

이런 분야에서 자의적인 오행의 순서는 곧바로 먹거리의 생산과 제사, 몸에 직접적으로 작용함으로써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고 잘못된 오행의 순서는 이러한 현실의 실천에 의한 검증을 통해 퇴출될 수밖에 없었다.

오행에는 상생만이 아니라 상극의 관계도 있다. 하나가 다른 하나의 힘을 제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쇠붙이는 나무를 벨 수 있다(금극목金克木). 물은 불을 끌 수 있다(수극화水克火). 이 순서는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가 된다. 이를 도표로 그리면 아래와 같이 된다.

위 그림에서 둥글게 시계 방향으로 가는 것은 상생이고 별 모양으로 가는 것은 상극이다. 이러한 오행의 상생과 상극의 관계는 감응感應을 전제로 하고 있다.

모든 사물은 서로 공명하고 있으며 공명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감응은 그러한 연결이 실현된 것이다. 모든 사물은 서로 감응함으로써 연결되어며 서로에게 작용하여(관계를 맺어) 상대를 변화시킴과 동시에 자신도 변화해간다.

그 변화는 긍정적인 것(상생)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것(상극)일 수도 있다. 감응은 다른 사물과의 관계를 통한 작용과 반작용이, 대상은 물론 자신의 내부에 기억되어 보존됨과 동시에 새로운 변화의 조건으로 작용하는 것을 가리킨 말이다. 오행은 이러한 관계의 운동이 바로 모든 사물의 존재 방식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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