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콩 심어라 팥 심어라 할까?
사람들은 왜 콩 심어라 팥 심어라 할까?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08.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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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콩 심어라 팥 심어라 한다’는 말은 대수롭지 않은 것을 갖고 야단스럽게 따지거나 시비를 거는 경우, 지나치게 간섭하는 경우에 쓰이는 속담이다. 말 그대로 대수롭지 않은 일일 때는 별문제가 없지만 장례나 제사와 같은 경우에는 큰소리가 나기도 한다. ‘조율이시’든 ‘조율시이’든 어차피 한 상에 올리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대수로운 일일까?

음식을 먹을 때 콩이냐 팥이냐 따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 뷔페다. 물론 요즈음 뷔페는 샐러드 종류를 맨 앞에 놓고 후식을 제일 뒤에 놓는 등 나름대로 순서를 정하고 있다. 그러나 먹는 사람은 대개 눈에 띄는 대로 맛있는 것부터, 또는 맛있는 것만 먹는다.

뷔페는 기본적으로 일정한 순서 없이 음식을 죽 늘어놓고 먹는 것이다. 기원부터가 그렇다. 뷔페는 원래 바이킹족의 음식에서 온 말이다(스뫼르고스보르드smorgasbord). 바이킹이 해적질 해온 음식을 탁자 위에 죽 늘어놓고 먹던 습관이 뷔페로 발전한 것이다.

해적질을 해서 갖고 온 것이어서 음식의 종류는 말 그대로 그날 재수에 따라 달라졌을 것이다.

아마도 이처럼 마구잡이로 먹던 음식이 귀족 사회에서는 청어요리부터 시작하여 연어, 새우 등 해산물요리와 샐러드를 먼저 먹고 미트볼, 햄 등의 육류로 만든 요리를 먹은 다음 치즈, 과일 등의 후식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정착되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 이런 순서가 정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체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가벼운 음식-무거운 음식-가볍고 맛이 단 음식의 순서로 보인다.

뷔페는 음식을 무제한으로 맘껏 먹을 수 있고 평소 먹어보지 못하던 여러 음식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장점이 단점이 된다. 첫째는 자기에게 맞는 양을 가늠하기 어렵다. 대개 과식한다.

본전 생각이 나면 더 많이 먹게 된다. 둘째는 같이 먹어서는 안 되거나 좋지 않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게 된다.

음식에는 소위 궁합이라는 것이 있어서 서로 같이 먹으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와 메밀이라든지, 돼지고기와 새우(원래 새우는 돼지와 상극인데, 오히려 이런 상극관계를 이용하여 새우젓을 조금 찍어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

그러나 돼지고기와 많은 양의 새우를 같이 먹으면 부작용이 생긴다), 개고기와 마늘, 부추, 아욱, 설탕 같은 것이 그런 것이다. 이런 음식은 같이 먹으면 영양가가 반감되거나 때로는 부작용도 일으키기 때문에 함께 먹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양고기는 생선회와 함께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우유나 우유로 만든 제품, 이를테면 치즈나 요구르트도 나쁘다. ​매실도 좋지 않다. 이런 것을 음식궁합이라고 하는데, 이는 음양오행에 기초하여 오랜 세월 동안 경험하여 확정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뷔페는 이런 음식궁합을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하게 하는 매우 불편하고 불친절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지 않은 방식이다.

그러면 제사상을 차리는 것은 어떠한가. 배와 감의 위치가 바뀌었다고, 붉은 과일과 흰 과일의 위치가 바뀌었다고 무슨 큰 문제가 되는 것일까?

제사는 죽은 사람에 대한 의식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산 사람들의 질서를 다잡는 의식이기도 하다. 제사를 지낼 때 누가 먼저 절을 하고 누가 앞에 서고 뒤에 설지는 피의 친소 관계에 의해 엄밀하게 정해진다.

이러한 피에 기초한 생물학적 관계를 우리는 길이의 단위로까지 정해 놓았다. 피가 얼마나 진한가에 따라 그 진한 정도가 세 치(삼촌三寸)인지 네 치(사촌四寸)인지를 정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이에 따라 제사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느냐가 정해진다.

제사상을 차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고사를 지낼 때 우리는 보통 돼지머리를 올리지만 과거의 희생犧牲은 종족마다 시대마다 달랐다. 권력의 향배에 따라 희생의 종류가 달라졌던 것이다. 어떤 희생을 쓸 것인지는 그 사회의 사회구조와 계급관계, 자연환경 등에 의해 결정된다.

모든 사회는 그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자신의 가치체계를 갖고 있다. 그 가치체계는 자연과 사회와 사람의 몸에 대한 이해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일정한 논리에 의해 구성된다. 이 논리는, 사람이 태어나는 방식에서부터 살아가고 짝을 지어 재생산하고 병들어 죽는 방식,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과 관계 맺는 방식을 규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질서를 ‘예의’라고 한다. 따라서 배를 먼저 놓을 것인지 감을 먼저 놓을 것인지, 돼지머리를 쓸 것인지 양머리를 쓸 것인지는 그것이 한 사회의 모든 가치체계에서 나온 것인 만큼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랬다저랬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만일 희생이 돼지에서 양으로 바뀌었다면 그것은 그 사회가 무언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으로 보아야 한다.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 모두가 바뀐 것이다.

지금 오늘의 우리에게 제사에 쓰이는 희생이 돼지머리든 양머리든 큰 의미는 없다. 처음 가보는 술집에서 일하는 남자를 삼촌이라고 부르든, 여주인을 이모라고 부르든 아무 상관이 없다. 그 대신 다른 질서, 다른 예의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런 변화의 징후가 바로 뷔페일 수 있다. 곧 기존의 질서와는 상관없는 나라는 개인 중심의 식습관이 생긴 것이다. 그런 변화의 결과가 금연운동일 수 있다. 과거 담배는 인간관계를 소통시키는 매개였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 앞에서는 맞담배질을 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예의가 생겼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담배는 그런 관계를 배제하고 오로지 개인의 건강이라는 차원에서만 다뤄진다. 여기에 하나 더 한다면 그것은 무슨 성분 때문에 어디에 좋다 또는 나쁘다고 하는 광고일 것이다.

니코틴이 폐암의 원인이라든지 안토시아닌이 노화 방지에 좋다든지 하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콩 놓아라 팥 놓아라 하는 소리일 것이며 오늘 우리 사회의 질서를 만드는 강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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