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과 나트륨
소금과 나트륨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06.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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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아마도 80년대쯤으로 기억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짜게 먹는다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고혈압과 위궤양과 같은 말도 같이 들렸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두 가지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나는 70년대 초반으로 기억하는데, 처음 라면을 먹었을 때였다. 라면 봉지에는 물을 몇 밀리리터 넣으라고 되어 있었지만 계량컵이 없었다.

라면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고 남겼다가 두 번을 더 먹었으니 물을 많이 넣었던 것 같다. 그래도 반찬 없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짰다. 또 하나의 기억은 90년대 초반, 미국 식당에서 처음 음식을 먹었을 때였다. 무슨 스테이크 같은 것이었는데 매우 짰다. 밥도 없어서 먹기 힘들었다. 햄버거나 닭튀김이나 모두 짰다. 대부분의 과자는 너무 짜서 아예 먹을 수가 없었다. 육식동물들이 초식동물보다 소금 섭취가 많다는 사실은 뒤에 알았다.

소금섭취량과 몸과의 관계는 기계적으로 나트륨을 몇 그램 먹었는지 하나만 갖고 판단하기 어렵다. 나트륨을 먹는다고 해도 나트륨과 함께 다른 무엇을 먹는지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칼륨이다. 된장찌개(나트륨)에 감자(칼륨)를 넣어 먹고 햄버거(나트륨)에 토마토(칼륨)를 넣어 먹는 것이 단순한 맛 때문만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역시 나트륨 칼륨 대사의 과정에 한정해서 보면 안 된다. 나트륨이든 칼륨이든 다른 모든 것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감자에 칼륨이 많기 때문에 된장찌개에 넣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먹던 것을 분석해보니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나트륨과 칼륨이라고 하는 일면과 부분의 분석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를 거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아가 그런 일면적 부분적 분석을 전면적인 진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에는 토마토가 없었기도 했지만 토마토가 흔한 지금도 사람들은 된장찌개에 토마토를 넣어 먹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습관에 따른 입맛의 차이 때문이 아니다. 된장찌개에는 감자만이 아니라 다른 채소가 들어가기도 하며 파 마늘을 비롯한 다른 양념도 들어간다. 그리고 이것을 동시에 또는 시간차를 두고 여러 재료를 넣어가면서 끓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된장찌개는 밀이 아니라 밥과 함께 먹게 되며 여기에 다른 반찬 역시 함께 먹게 된다. 이것이 입에서 침과 섞이고 씹혀서 목구멍을 통해 위로 들어가면 여러 효소들과 만나 소화가 된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오늘날의 근대과학과 인식 수준에서 알기는 불가능하지만 인류는 원시적 인식과 과학, 그리고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된장찌개를 만들어왔고 먹어 왔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우리는 소금을 먹어왔지 나트륨을 먹어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연의 소금은 다양한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다. 소금에 포함된 미네랄은 소금이 만들어진 과정에 따라, 외적 조건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이는 인삼에도 해당된다. 우리는 다양한 성분을 갖고 있는 인삼을 먹었지 사포닌만 골라 먹은 것은 아니었다.

인삼의 대표적 지표물질인 사포닌이 곧바로 인삼이 아닌 것과 같이 인삼 역시 다양한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또한 주의해야 할 점은, 우리는 소금을 그냥 먹지 않고 대부분 된장이나 간장과 같은 장 종류로 만들어 먹었다는 점이다. 소금은 다른 재료들과 뒤섞여 물과 햇빛과 바람 속에서 오랜 발효과정을 거쳐 다시 변신한다. 그래서 요리를 할 때는 대개 이런 장을 썼지 소금만 직접 넣는 경우는 드물었다. 음식에 곧바로 소금을 넣는 것은 아마도 서양의 음식이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고기를 구우면서 소금을 직접 뿌려대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현재의 과학과 기술 수준에서는 소금이나 인삼의 모든 성분을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성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수많은 다른 성분과 만나 어떻게 변화되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다.

소금은 다른 모든 물질과 마찬가지로 다른 모든 것과의 연관 속에서 이루어지는 운동을 통해 자신의 본성을 실현한다. 사람도 소금과의 연관 속에서 자신의 본성을 실현한다. 소금은 사람에게, 사람은 소금에게 서로의 존재가 자신의 본성을 실현하는 조건이 된다. 이러한 관계는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것이며 그것은 그 사람이 사는 곳의 지리적 조건과 기후, 풍토 등에 의해 달라진다.

또한 경제구조와 문화에 의해서도 달라진다. 똑같은 사회라고 하더라도 사람의 성별과 연령, 체질의 차이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요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런 모든 연관을 배제하고 소금 자체, 심하게는 소금도 아닌 나트륨에 대해서만 논의한다는 것은 무의미함을 넘어, ‘주적’이라는 개념처럼 모든 죄를 소금에 뒤집어씌우려는 음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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