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人情)
인정(人情)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06.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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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남윤봉 교수.
남윤봉 교수.

우리는 친절하고 따뜻하고 사랑이 많은 사람을 인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국어사전에는 ‘정(情)을 사물에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 또는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참된 생각’ 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정(情)하면 따스하고 부드럽고 포근하고 아끼는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을 대할 때에 차갑고, 사무적이고 형식적인 사람을 매정하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라고도 한다. 매정한 사람보다는 정스러운 사람에 더 호감이 가고 풋풋한 사람냄새를 맡게 되지만, 너무 정이 많아도 공적인 일을 처리 하는 데는 공정성을 잃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정(情)은 일정한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이에는 정이 생길 리 없고 생겨날 수도 없을 것이다. 그 관계가 반복적이고 돈독하게 오랜 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서로가 서로에게 느껴지는 따스하고 아끼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마음이 생겨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정(情)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늘 일정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좋은 정, 아름다운정, 푸근하고 깊은 정은 우리의 삶을 의미 있고 살맛나게 하는 소중한 요소가 아닌가. 따라서 정을 생기게 하는 그 관계가 어떤가에 따라 정의 내용과 깊이가 다르지 않겠나 생각된다.

우선, 촌수(寸數)도 없는 부부(夫婦)사이는 가족관계의 시작이며 기초가 된다. 부부사이의 정을 애정, 이성간의 정이라고도 표현한다. 서로의 선택에 의해 일생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하겠다고 맺어진 관계이므로 부부사이의 정(情)은 그 어느 관계에서 생겨나는 정보다도 깊고 두터운 정이 아니겠는가, 부부로 함께 살아가는 기간이 보통은 오육십 년이 되다보니 미운정 고운정이 모두 깊게 뿌리내리게 마련이다.

이 깊고 두터운 정(情) 때문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와 같이 쉽게 저절로 치유되기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부부사이의 정을 긍정적으로 잘 승화시키면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이고, 부정적으로 비하시키면 그렇지 못한 일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 선택은 부부에게 주어져 있다. 

다음으로 우리 생활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혈육의 정이 아닌가 한다.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로 시작되는 혈족간의 정은 숙명적인 관계에서 생겨나는 정이다. 누구도 부모형제를 선택하여 태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입양을 통하여 선택으로 혈족이 되는 법정혈족이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혈육의 정’하면 출생을 통한 자연혈족을 말하게 된다.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 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때로는 낳은 정 못지않게 기른정도 소중하다고 할때에는 아마도 법정혈족간의 정을 강조하는 의미가 될 것이다.

대가족이 함께 생활하던 지난날 보다는 요즘의 핵가족으로 생활하는 세습으로 인하여 함께 사는 시간이 짧다보니 혈육의 정은 그 깊이와 두텁기가 전만은 못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남북이산가족의 상봉장면을 보면 혈육의 정이 얼마나 깊고 간절한 정(情)인지를 설명 없이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런데 하물며 언제나 연락과 왕래가 가능한 혈육 간인데도 사소한 이해관계로 연락과 왕래를 끊고 사는 혈육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말 인정상 그래도 되는지를 돌아보아야 하지 않겠나.

그다음으로는 우정(友情)이 있다. 친구간의 정이다. 비슷한 나이에 같은 시간을 가까이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친구가 아닌가! 서로가 자라온 과정을 잘아는 숨길게 없는 사이가 아닌가, 함께 고민하고 격려하며 선의의 경쟁자이기도 한 사람이다. 그가 있기에 내가 있고, 내가 있기에 그가 있다. 죽마고우(竹馬故友)란 소중한 오랜 친구를 일컫는 말이다. 전자기기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요즈음 아이들에게도 죽마고우가 있으려나 염려가 된다.

끝으로 이웃 간의 정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웃 속에서 살면서도 이웃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웃이 없는 자는 고독한자이고 서글픈 자이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지 아니한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옆집, 윗집, 아랫집, 같은 마을 같은 나라에서 사는 우리는 서로 무두가 이웃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이웃에 관하여 어떠한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는가? 특히 대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 서로의 무관심이 피폐한 공동생활을 만들고 있지 아니한가, 이 기회를 빌어 우리 각자는 정스러운 이웃인지 서로 살펴보기를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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