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서복사의 고려불화‘관경서분변상도’
[기획연재] 서복사의 고려불화‘관경서분변상도’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06.0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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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는 본시 우리 땅이다' 작가, 이석우 시인의 우리 역사문화 답사기
눈물의 섬 대마도를 가다 ⑤.
이석우 시인
이석우 시인

대마도의 히타카스항은 부산에서 49.5km 정도의 거리에 있어, 배로 1시간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곳에 니시도마리(西泊) 포구가 있고 그 언덕에 서복사(西福寺)가 있다. 
신유한은 해유록에서 다음과 같이 서복사를 기록하고 있다.

“초가 수십 호가 언덕 위에 여기 저기 있는데, 백성들이 모두 가난하였다. 물을 긷는 여자들이 두 통에 물을 담아 어깨에 메고 가는데 아롱진 옷에 머리가 기름지고 얼굴이 거의 희었다. 서복사는 산허리에 있는데, 멀리서 바라보니 지붕이 소나무, 전나무 사이에 반쯤 드러나 있었다. 민가를 지나서 작은 항구에 들어가니 항구가 끝나자 돌이 포개진 등이 있는데 매우 높았다. 등을 따라 수십 보를 가자 한 문이 있고, 문안에 석표를 세워 측경하는 곳으로 삼았다. 절은 민가와 같이 화려하지 않았다. 서쪽에 작은 암자가 있고 불상을 모셨는데, 불상이 또한 작았다. 살고 있는 중들이 또한 글을 알지 못하였다.”

서복사는 민가처럼 작은 절인데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고려의 불화‘관경서분변상도(觀經序分變相圖)’를 소장하고 있다.

관경서분변상도의 부처 내영 부분모습.
관경서분변상도의 부처 내영 부분모습.

번뇌로 허덕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염원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아미타극락정토일 것이다. 영원한 수명을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아름다움이 장식되어 곳이기 때문이다. 석가의 성불(成佛) 사상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중생들도 스스로 부처가 되려는 염원으로 확대되었다.

‘관무량수경’은 이 기원을 잘 담아내고 있는 경이라고 할 수 있다. 서복사의 불화는 이경의 서문과 본문 중 서문에 해당하여 ‘관경서분(觀經序分)’혹은 ‘관경서품(觀經序品)’ 으로 불리기도 한다.

부처님이 살아 있을 당시 마가다왕국의 수도 왕사성은 빈비사라 왕과 그의 부인 위데휘 가 살고 있었다. 왕은 제일 먼저 불교에 귀의하여 부처님께 죽림정사를 지어 보시하였다. 그 덕분인지 없던 태자가 뒤늦게 태어났다. 그런데 점술가들이“이 태자는 원래 아들을 얻기 위해 살해한 선인이 원한을 품고 탄생했기 때문에 후환이 있을 것이니 일찍 죽여야 한다.”고 진언하여 몇 번 죽이려 했으나 시녀들의 도움으로 살아나 후일 태자가 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태자 아사세는 아버지 빈비사라 왕을 일곱 겹의 담으로 둘러싼 감옥에 가두고 음식물을 넣지 못하게 하였다. 평화롭던 왕사성에 왕위 찬탈의 비극이 벌어진 것이다.

왕이 굶어죽을 지경에 이르자 왕비는 감옥으로 달려갔다. 손에 음식물을 들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한 병사는 별 의심 없이 왕비를 들여보냈다. 왕비는 깨끗이 목욕한 몸에 바른 밀가루와 우유를 섞어 만든 꿀 반죽을 왕이 먹게 하고 영락 구슬 속에 담아온 포도즙을 먹이니 왕이 기운을 차리게 되었다.

왕은 기사굴산의 부처님을 향해 합장 예배하며 간절히 기원했다. 왕의 기도를 들은 부처님은 목련존자와 부루나존자를 감옥으로 보냈다. 목련존자는 왕을 위로하고 팔재계를 주었고 부루나존자는 왕을 위해 설법했다. 왕은 비로소 감옥 속에서도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그렇게 이십일일이 지났다.

아버지가 살아있음을 알게 된 아사세 왕자는 어머니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왕자는 칼을 뽑아 어머니를 향해 칼을 막 내리치려는 찰나 월광이라는 신하가 왕자를 가로막았다. 개벽 이래 왕의 자리 때문에 부왕을 살해한 자는 있었어도 자기 어머니를 살해한 자는 없었다며 왕자를 말렸다. 왕자는 비로소 자신의 행동을 뉘우쳤다. 대신 어머니를 깊은 골방에 가두라고 명했다.

궁중 깊은 골방에 갇힌 위데휘 왕비는 슬픔으로 마음이 타들어 갔다. 부처님은 왕비가 미처 머리를 들기도 전에 허공을 날아 왕궁에 나투셨다. 사람들에게 깨달음이나 믿음을 주기 위해서였다. 부처님은 자마금색의 몸으로 연꽃 위에 앉아 계셨다. 부처님 옆에는 목련존자와 아난존자를 비롯해 제석천과 범천 그리고 사대천왕 등 여러 천신들이 서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있었다. 부처님을 본 왕비가 흐느껴 울며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과거 숙세에 무슨 죄가 있사옵기에…….” 왕비의 간절한 소원을 듣고 부처님은 시방세계에 있는 불국토를 비춰주었다. 아미타여래의 찬란한 극락정토가 펼쳐졌다. ‘왕사성의 비극’으로 알려진 위의 내용은 ‘관무량수경’의 ‘서분’에 나오는 내용이다.

서복사의 ‘관경서분변상도(觀經序分變相圖)’는 왕사성의 비극을 한 화면에 압축해서 그린 작품이다. 서론을 세 장면으로 압축하여 하단부는 아사세태자가 위데희 왕비를 죽이려는 묘사되어 있다. 중단부에는 부루나존자가 유폐된 왕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법을 설하고 하단부는 석가불이 구름을 타고 와, 어떻게 서방극락에 갈 수 있는지 설교하는 것을 그렸다.

이 그림은 150.5×113.2cm 크기로 비단에 색채를 사용했으며 고려 충렬왕과 충선왕 사이의 왕권 쟁탈전의 비극을 겪은 후 그려진 것으로 추측된다. 석가불 세계에서 참된 왕생을 얻고자 했던 고려후기 사람들의 정토관을 훌륭하게 구현해내고 있다하겠다.

서복사의 ‘관경서분변상도(觀經序分變相圖)’
서복사의 ‘관경서분변상도(觀經序分變相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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