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신지 꽃구경妙心寺花見
묘신지 꽃구경妙心寺花見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05.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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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이승신 시인이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으로  -  2016  3  28  동경
이승신 시인이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으로 - 2016 3 28 동경

벌써 5월이요 세계 어디에고 봄꽃이 졌겠지만 4월에 다시 바라본 교토의 벚꽃이 눈에 아른거려 그 꽃 모습을 보인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 철이 있느냐 해도 어쩔 수 없다.

위로 받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십여 년, 교토의 봄꽃을 보았고 그 이야기를 글로 영상으로 참 많이도 했다.

그 아름다움과 피워낸 수고에 놀라, 열달을 품어 호된 진통 후 낳듯,  겨우 한 순간 피워내려 일년 내 참아 온 그걸 보아주지 않으면 안된다며 의리라도 지키듯, 봄마다 1시간 비행기를 탔었다. 그리고 그 꿈틀거리는 생명을 고요히 바라다 보았다.

한 해를 걸렀지만 이번 봄에도 시라가와白川  작은 냇강을 끼고 단가 시비詩碑 위로 흘러내리는 정든 수양 벚꽃 시다레자쿠라, 드넓은 고다이지高台寺의 절제된 단 한 그루의 시다레자쿠라, 엥코지圓光寺, 장군 묘 등 순례하듯 그 생명을 천천이 살폈다.

다 특징이 있고 다시 보아도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답다. 가끔 딱 하나만 꼽아 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꽃자체만으로는 Best 봄꽃으로 '묘신지妙心寺' 타이조잉退藏院 정원의 수십미터 너비여 한 컷에 담을 수도 없는 진분홍 수양벚꽃 베니 시다레자쿠라를 꼽을지 모른다. 정녕 숨기고 싶은 모습이다. 

단연 Queen이요 순결하고도 늠름하고 권위있고 기품이 있고도 순한 모습이다.

그간 인연있는 분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누누히 기가 막히다고 말해주었지만 그러함에도 매번 깜짝 놀라워 했다.

표현할 길은 없다.

그냥 꽃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영험하고 절제의 높은 미美가 있다. 그걸 만든 보이지 않는 손길도 피어난 생명체도 그저 대단하고 대견하다,

얼핏 일본은 손으로 만지는 인공미가 있는 듯 생각할 수도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 보아도 손을 댄 흔적은 잘 안보이지 않고, 자연이 더 자연스레 보이도록 격려해 준 극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묘신지妙心寺 는 15세기에 지어진, 5만평이 넘는 거대한 사찰이다. 누가 일본을 축소지향적이라고 했던가. 세계적인 규모가 더 많기도 하다. 이것만 해도 7개 큰 본당과 46개의 절로 구성된 하나의 커다란 마을이어 처음 봤을 땐 그 안에 이름있다는 건 거의 다 훑어보았으나 지쳐, 그 후로 찾는 건 오로지 봄 가을의 타이조잉退藏院 작은 정원이다. 묘신지妙心寺의 엑끼스요 보기에도 아까운 살아있는 보물이다.

타이조잉退藏院 작은 문을 들어서면 매력적인 정원이 매직처럼 펼쳐지고 그 좌편 마른정원 가레산수이 양陽 정원의 하얀 마사토까지 늘어내린 진분홍 사쿠라와 그 바로 우편, 같은 나무의 꽃이 늘어진 까만 마사토의 음陰 정원을 보고, 또 다른 시다레사쿠라를 끼고 안으로 더 들어가면 물을 낀 여향원余香苑 편안한 정원이 나온다. 그 광경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그리곤 그 옆, 다다미 방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 공손히 따라주는 진한 그린 맛차를 들며, 그 앞 한 그루의 땅으로 내려오는 진분홍 봄꽃을 꿈인듯 바라본다.

누구하나 소리를 내지 않는다.

미리 예약해야 하나 저녁엔 조명 아래 식사하며 새로 태어난 봄꽃을 바라보는 특별 코스도 있다.

이 시기는 안타까운게, 꽃의 만개가 봄처럼 그야말로 순간이어서 서너 군데 보다보면 꼭 보아야 할 다른 것이 져내리고 있어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하나같이 대단한 작품이어 아쉽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러하기에 더 숭고하게 보이는 것인지 모른다.

매해 봄, 보는 느낌과 깨우침은 바라보는 이의 안목과 성숙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여린 상처

그 눈물을 별꽃으로 피워내었나

사쿠라 하나미花見

그 꽃구경

손짓하며 저가 바라보는

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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