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필요한 때
어른이 필요한 때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04.04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남윤봉 교수.
남윤봉 교수.

우리사회에서 요즈음 같이 각자 자기주장을 강하고 자유롭게 표출하는 때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그 만큼 각자의 자기존재가 소중하고 또 인정받고 싶어 하는 갈망이 두드러진 현상이 아닌가 한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의 의견에 관심을 가지고 경청하는 자세가 허술하게 되고, 오직 자기만이 옳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지 않나 싶다. 이것은 아마도 평등사상의 영향에서부터 출발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과연 이러한 현상은 어느 경우에도 좋은 것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러니 어떠한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타협이 되거나 공동의 견해가 형성되지 못하고, 사분오열되어 갈등을 심화시키고, 시간적, 정력적 낭비가 커져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누구라도 어떠한 의견을 피력하려면, 차분히 심사숙고하여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 그리고 제3자의 입장도 고려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하고 신중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단 내 의견을 주장하고 보자는 식이 되면 불필요한 혼란과 비방이 난무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사실유무, 합리성여부에 대한 깊은 생각 없이 호응하는 의견을 내다보면, 허무하고 근거 없는 주장에 동조하고, 말려들어가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은 각자의 주장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진정으로 좋은 의견조차도 무시당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지 않으려면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의견을 자유로이 발표하고 주장하되,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도 존중받고, 그 주장의 의미가 귀하게 다루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믿는다. 

또한 요즈음 우리는 각자의 주장이 너무도 강하다 보니 어른의 의견이 설 자리가 없는 것 같다. 나이 먹은 사람의 의견을 쉽게 구시대적 발상으로 치부하여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경향도 엿보인다. 

물론 나이 먹은 사람들의 의견이 모두 옳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나이든 사람의 의견은 모두가 구시대적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사람의 신체적 건강을 위해서는 다양한 영양소가 필요하듯이 건강한 사회생활에는 간편하고 순발력 있는 재치도 필요하지만 격식 있고 여유로운 품위도 필요하다.

세상살이는 수학공식과 같이 정형화된 것도 아니고, 첨단기술로만 해결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지혜와 경륜을 통하여 배우고 깨달아 알면서 더 좋은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조는 99프로가 모방’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살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오늘을 배우고 있듯이, 이런저런 모습으로 한세상을 살아온 어른들의 생각과 경험은 결코 가볍지 아니하고, 무가치 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우리 삶의 역사는 과거위에 현재가 있고, 현재위에 미래가 전개 될 것이다.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동료들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한 세대를 먼저 살아온 윗세대의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생각도 못지않게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어른으로서 어른다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어른이 갖추고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어른이라면 어떠한 사안에 대하여도 양식(良識)을 가지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현실도 감안하여 사안의 본질을 해결하는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대립된 의견의 어느 한편에 치우친 견해를 주장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그 의견에 동의 할 수 없게 되어, 패거리의 한 부류로 전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중립적이라면, 때로는 색깔이 없는 사람으로 오해될 경우도 있겠지만, 그 진정성이 밝혀지면 비로소 어른으로서의 입지가 확립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어떤 사안에 대해 서로 대립된 양쪽 편은 그 어른의 의견이 자기편을 들지 않으면, 반대편이라고 쉽게 몰아치는 자세도 자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른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어른은 자신도 어른답도록 노력하고, 그 어른을 어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속에서만 어른이 만들어지게 된다.

한 세대에 어른다운 어른을 많이 가지게 되는 것은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을 지혜롭고 평화롭게 해결하고, 사안의 본질을 살리며, 더 좋은 방향으로 모두를 인도하는 발전적 장치가 아닌가 한다.

우리사회는 지금 어른다운 어른이 없고, 모두가 대등한 입장에서 이해의 충돌을 해결하자니, 결국 중립적 위치의 법관에 의존하여 작고 큰 모든 문제에 대한 소송이 난무하고 있지 않나 싶다. 가정에서도 어른이 없는 핵가족으로 살다보니, 대등한 입장인 부부(夫婦)가 의견이 대립되어 타협이 안 되면 법원으로 가야되고, 국가사회에도 마찬가지로 어른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대등한 너와 나만 있게 되니 대립과 갈등이 심화될 뿐, 생산적인 더 나은 방향으로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이 우리 모두를 위한 어른다운 어른이 필요한 때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지혜로운 생각으로 합심하여 함께 어른다운 어른들을 만들어가자.


  • 충청북도 괴산군 관동로 193 괴산타임즈
  • 대표전화 : 043-834-7008 / 010-9559-6993
  • 팩스 : 043-834-7009
  • 기사제보/광고문의 : ssh6993@hanmail.net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원래
  • 법인명 : 괴산타임즈
  • 제호 : 괴산타임즈
  • 등록번호 : 충북 아 00148
  • 등록일 : 2014-12-29
  • 발행일 : 2014-12-29
  • 발행인 : 노원래
  • 편집인 : 노원래
  • 괴산타임즈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괴산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sh6993@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