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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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02.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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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이승신 시인이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으로  -  2016  3  28  동경
이승신 시인이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으로 - 2016 3 28 동경

최근 영화 장면에 들어 갔던 것 같기도 하고 아프리카를 살짝 엿본 듯도 한 경험을 했다.

김중만과 그의 컬렉션을 만난 것이다.

지인의 권유로 사진 클래스가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 곳은 신세계가 청담동에 소유한 여러 건물 중의 하나로 그 5층이었다. 증권 회사가 VIP 고객 십여 명에게 '김중만의 사진 수업'을 해주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그 환경이 신선했다.

큰 화초의 화분들과 가지 많은 키 큰 나무를 배치해 실내에 숲을 이루고 새들이 지저귀며 머리 위를 날고 아프리카 향취가 흠씬 풍기는 마스크 의자 지브라 가죽 깔개 등, 책과 그림과 그가 찍은 사진이 여기저기 막 걸려 있는 듯 해도 조화로우며 천정에는 평범한 값싼 전구에 하얀 새 날개들을 달아 내 어깨가 마치 날 듯 들썩여지며 어딜 보아도 흥미롭다.

김중만은 6개의 귀거리와 여러 개의 팔찌, 목거리, 초록빛 신발 그리고 온 몸의 문신으로 다가왔다. 한 분야의 대가 이야기는 언제나 들을 만하다.

그의 인생 체험과 배움과 생각은 남다르면서 보편적 평범함이 있다.

나는 많은 질문을 했다.

카메라를 잃어 지금은 핸드폰으로나 찍는다고 부끄러이 말하니 놀랍게도 그는 새로 살 필요가 없다, 핸드폰 카메라도 훌륭하다고 했다.

그리고 가슴에 닿는 이야기 하나를 한다.

사진 작가 중에 자신이 TV 다큐 인터뷰를 제일 많이 받는 편인데 한 번은 MBC 환경 다큐로 20명 팀과 울란바토르에서 고비 사막에를 갔다.

이틀 사흘을 가도 아름다운 거라곤 하나도 없고 볼 것조차 없었다.

보름의 횡단이니 그래도 가다 보면 설마 뭐라도 나오겠지 하며 가는데 내내 그러했다. 실망해 있는데 하루는 아무도 없는 데서 전 세계의 사막을 다닌다는 프랑스 부부를 만났다. 불어를 하는 동양 얼굴에 말을 걸어 와 '대체 아름다운 거라곤 하나도 안보인다'고 투덜대니 ‘아름다움이란 게 무어냐, 너는 대체 어떤 잣대로 아름다움을 보는 거냐 ‘고 했다.

그래서 생각을 했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게 과연 무언가 하고.

그리고는 깨달았다. 

아, 고비 사막을 사막이란 것을 미리 머리 속에 내 멋대로 그리고 갔구나

내몽고의 사막. 먼지만 풀풀 날리는 그냥 땅덩어리에 그런 깨우침이 드니 보름 만에 처음으로 돌멩이가 눈에 들어오고 아름다움이 보이게 되었다.

미리 정하지 않고 보고 그대로 받아드리면, 아주 보잘 것 없는 것도 달리 보이게 되고 거기서 아름다움이 탄생되는 것이다. 유명 엽서의 사진으로 찍는 게 아니고 비록 볼품 없는 나무라도 빛과 구성을 잡아 찍으면 그것이 바라보는 이에게 아름답게 비치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고 어떤 잣대로 보느냐, 어디서부터 출발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럼 정말 세상이 아름답다고 하는 데를 가 본다고 하자

가령 아프리카에 300년 된 나무가 수 백 그루 있는 곳에 가 본다면 그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점점 소멸되어 가고 사라져 간다는 걸 느끼게 된다.

대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선입견과 편견을 버려 버리면, 어디에나 어느 순간이나 무엇이나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은 얼마나 아름답고 신선한가.

나는 지난 7월 12일 크리스챤 TV인 CBS TV의 1 시간 인터뷰에서 ‘시詩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최일도 목사에게 받고 순간 당황했으나 ‘하나님을 묘사하는 여러 말이 있겠지만 나는 하나님을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시는 아름다움이다’ 라고 했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는 그의 어린 시절과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형성이 된 걸까 하고 생각하는데 그가 다가 오더니 내게 이 말을 들려 준다.

아버지가 아프리카의 많은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암으로 가면서 네게 줄 건 겨우 2 천 불 뿐이다 라고 했을 때 그 아버지가 무척 자랑스러웠다 고 했다. 가시고 트럭으로 음식을 팔던 어머니 이야기도 했다.

사진 작품 하나에 몇 만 불을 호가하는 예술가 혼의 뿌리는 결국 그런 것이었다.

70 평 스투디오는 그의 색다른 삶의 컬렉션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풍성하다.

그러자 한 구석 바닥에 모인 돌멩이들에 눈이 갔다.

글을 쓰고 시를 짓고, 가신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가며 그 사랑을 전하는 일은 수익이 생기는 일은 아니다. 명품은 안해도 가는 곳 물가에 사랑스런 돌이 보이면 나는 그것을 주워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 보며 그것이 하려는 말을 들으려 하다 가지고 왔다.

바이칼 호수, 네스 호수, 오키나와, 보길도 등을 다녀 오면 시집도 생겼지만 그 파도에 부딪쳐 정겹고 아름다워진 돌멩이도 생겼다. 주위에선 뭐 그런 걸 다 지니고 있느냐 며 버리라고 한다.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그의 고비 사막과 그 삶의 흔적이 배인 돌멩이들을 내려다 보며 오래 전 내 마음의 돌멩이 생각이 나 미소를 짓는다.

같은 취미의 그를 떠올리는 건  흐믓한 일이다.

 

                         격류가

                     거친 돌을 깎듯

                     고난이 마음을 깎겠지

 

                     연민의 눈으로

                     잘 깎여진 돌 하나

                     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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