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좋은 것이 나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다
남에게 좋은 것이 나에게도 좋은 것은 아니다
  • 괴산타임즈
  • 승인 2019.01.1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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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먹되 나에게 맞는 것을 좀 더 많이 먹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된다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남의 좋은 일은 같이 기뻐할 일이다. 남의 슬픈 일은 같이 슬퍼할 일이다. 같이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음식만은 그렇지 않다. 누구는 맛있다고 먹지만 나는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누구는 먹고 기분이 좋아지지만 나는 오히려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기도 한다. 이는 사람마다 몸의 상태(또는 조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는 일시적일 수도 있고 일정 기간 지속되다가 바뀌기도 한다. 그런 상태 중 타고 나서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상태를 체질이라고 한다.

확실히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면 저마다 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키가 크고 작은 것부터 살이 찌고 마른 상태가 다르고, 얼굴도 둥근 사람, 모난 사람, 갸름한 사람도 있다. 피부가 고운 사람, 거친 사람이 있고, 같은 인종 내에서도 얼굴색이 검은 사람, 흰 사람 등 정말 다양하다. 

성격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외향적인가 하면 어떤 사람은 내성적이다. 늘 웃음이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언제나 우울한 사람도 있다. 때로 화난 듯 보이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의 이런 차이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된다. 먼저 체격의 차이에 따라 옷이나 신발 등이 달라져야 한다. 얼굴색이나 생김새에 따라서도 디자인이나 색상이 달라져야 한다.

대인관계도 달라져야 한다. 외향적인 사람을 대할 때와 내성적인 사람을 대할 때가 다르다. 직설적으로 자기 말을 하는 사람과 속내를 감추고 돌려 말하는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 다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의학에서 생긴다.

똑같은 병에 똑같은 치료를 했는데도 누구는 낫고 누구는 낫지 않거나 때로는 더 악화되기도 하는 이유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혈액형이 다르면 당연히 부작용이 따른다. 혈액형을 알게 된 것은 1900년의 일인데, 이로써 ABO 형의 네 가지 혈액형에 따라 사람을 나누었다(1902년). 이를 바탕으로 일본에서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의 차이를 주장하기도 했다(1927년). 이런저런 이유로 동서를 막론하고 의학에서는 체질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한의학에서는 2천 년 전에 5태인론(五態人論. 나아가 25태인론)이라는 체질론을 냈다(황제내경). 크게 사람을 음양으로 나누고 음양에서 다시 또 음양을 나누어 태음, 소음, 태양, 소양인을 구분하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사람을 음양화평지인(陰陽和平之人. 음양의 기가 고른 사람)이라고 하였다.

다섯으로 나누었지만 음양화평지인은 가장 건강한 이상적인 사람이므로 실제로는 넷으로 나눈 셈이다. 이후 1900년에는 이제마가 사상의학을 만들어 태양인, 소양인, 소음인, 태음인으로 나누었다.

서양에서는 히포크라테스 학파(기원전 5세기)에서 4체질론의 단초가 나왔다. 이것이 갈레노스(129-199)에서 혈액과 점액, 황담즙, 흑담즙의 네 가지 체액이론으로 완성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는 뒤에 융(1875-1941)에 의해 네 가지 심리 유형론으로 변형되었으며 오늘날에는 MBTI 성격유형론으로 일반화되었다.

인도에도 아유르베다 의학의 체질론이 있다. 바타 타입, 피타 타입, 카파 타입이 그것인데(사상의학으로 보면 각각 소음인, 소양인, 태음인과 비슷하다), 자연의 다섯 가지 구성 요소인 공기, 불, 물, 흙, 에테르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나 체질론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사람의 유형을 나눈다는 것은 자칫 그 사람을 일방적으로 규정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골상학이다. 골상학에 의하면 두개골의 모양에 따라 종족의 우열이 갈리기 때문에, 열등하다고 판정된 경우는 물론 우수하다고 판정된 경우에도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다른 종족을 억압하는데 이용당할 수가 있다.

또한 일정한 유형으로만 그 사람을 보면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른 변화를 무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열이 많은 체질이지만 병이 들어 몸이 차게 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소양인처럼 아무리 열이 많은 체질이어도 인삼같이 열이 많은 약을 써야한다. 체질론은 자칫 이런 상황에 따른 변화를 못 보게 만들 수 있다.

성격이나 심리도 마찬가지다.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외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아무리 차분한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급해진다. 오히려 겉으로 차분한 사람이 속으로는 더 급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나누느냐 하는 문제다. 기준이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질 것은 정한 이치다. 다시 말해서 어떤 체질론이든 그것은 특정한 기준을 전제로 했을 때만 유용한 일면적 분류다.

그럼에도 체질을 나눈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장점이 많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사람마다의 차이를 유형별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써 개인차를 무시함으로써 오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다만 그런 체질의 유형에 따른 차이를 고정적으로 이해하지 말아야 한다.

체질을 나누는 법은 각 이론에 따라 복잡하기도 하고 또 잘못 나누었다가는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으로 차례차례 판정을 받아 거기에 따른 음식을 가려 먹었다가 지금은 어떤 음식도 받지 않게 되어 버린 경우도 있다.

전문적인 수련을 받지 않았거나 잘 모를 때 가장 간단하게 나누는 방법은 음양으로 나누는 것이다. 평소 몸이 찬 사람은 음이고 열이 많은 사람은 양이다. 몸이 차면 대개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설사를 자주 한다. 얼굴은 흰 사람이 많으며 땀이 적은 편이다. 반면 열이 많으면 소화가 잘 되면서 변비가 쉽게 온다.

얼굴은 다소 붉거나 검고 땀이 많은 편이다. 성격이나 활동에서 음이 많은 사람은 비교적 내성적이며 조용하다. 반면 양이 많은 사람은 외향적이고 활발하다. 그래서 음에 해당하는 사람은 가능하면 양에 속한 음식을 많이 먹고 양에 속한 사람은 음에 속한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매운 음식은 양에 속한다. 고추, 마늘, 파, 양파 등이 그런 음식이다. 반면 짠 음식, 대표적으로 해조류나 물고기, 조개 종류는 음에 속한다. 건조한 것은 양이고 물기가 많은 것은 음이다. 차가운 냉면은 음이고 뜨거운 탕은 양이다. 무엇보다도 먹어보아 몸이 차지면 음이고 몸이 더워지면 양이다. 내 몸의 소리를 잘만 듣는다면 음양을 나누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런 음양의 차이는 때로 오래 지속되기도 하지만 때로 반대로 변하기도 한다. 특히 병이 걸렸거나 임신 또는 출산을 했거나 나이가 많이 들었거나(대개 갱년기가 지나면서) 환경이 크게 바뀌었거나 하면 변화가 오기 쉽다. 그래서 늘 자기 몸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어디에서 나는 무슨 체질이라고 판정 받았다고 무조건 맹신할 일은 아니다.

또한 음식은 약에 비해 기가 덜 치우친 것이다. 비록 음식도 음이나 양으로 나뉘지만 음식은 자주 먹어도 별 문제가 없는 것들이다. 몸이 차다고 해서 냉면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든지 열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냉면만 먹는다든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골고루 먹되 나에게 맞는 것을 좀 더 많이 먹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언론에서 떠드는 말에 거리를 두는 것이다. 누가 나와서 뭐에 뭐가 좋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일단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접하는 지식이라는 것은 대부분 일면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학과 종교를 포함하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그런 진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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