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고기는 반찬이다
그래도 고기는 반찬이다
  • 괴산타임즈
  • 승인 2018.12.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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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의 한방의학] 소주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버릇은 언제 생겼을까?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한국인이 가장 좋아한다고 하는 찰떡궁합, 소주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버릇은 언제 생겼을까? 삼겹살을 먹을 때마다 늘 궁금했었다. 왜냐하면 내가 삼겹살을 먹어본 기억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80년대 후반에야 처음으로 삼겹살이라는 것을 먹어 보았다. 고기를 이렇게 날로 구워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부터 나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전까지 내가 먹었던 것은 대부분 국이나 찌개에 들어 있는 고기였고 고기 자체를 요리한 경우라고 해도 갈비찜과 같은 식의 음식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돼지갈비는 좀 더 일찍 먹어보았지만(아마도 80년대 중반) 어디까지나 양념이 된 고기였다. 그리고 밥 없이 고기만 먹는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나에게 고기는 어디까지나 반찬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불고기라는 말이 나온 것은 1930년대의 일이었고 소갈비구이가 등장한 것은 해방 이후의 일이며(수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1970년대에 와서 부동산 투기 붐을 타고 부유층에 퍼졌으며(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무슨 무슨 ‘가든’의 등장) 삼겹살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중반의 일이었다고 한다(황교익, 미각의 제국).

물론 이런 음식이 일반화되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은 80년대가 되어서야 그런 고기를 처음 먹어보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고기를 많이 먹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외식을 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고기를 떠올리고 고기를 먹을 때는 먼저 고기를 먹고 나서 어느 정도 배가 차면 냉면이나 밥을 먹는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오로지 고기로만 배를 채운다. 고기를 어떻게 먹어야 가장 바람직할지에 대해 먼저 옛사람들은 고기를 어떻게 먹어왔는지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이를 살펴보는데 가장 좋은 자료는 ‘논어’다.

‘논어’「향당편」에는 다른 편과 달리 공자의 일상생활이 자세히 나와 있다. 표정 짓는 것부터 몸가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는 시시콜콜한 문제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공자의 다른 말과 더불어 이런 일상에서의 태도도 후대의 모범이 되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떠들기 위해 식사를 하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예를 들어 공자가 밥을 먹을 때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구절은 얼마 전까지도 우리의 음식 예절 중 하나였다. 밥을 먹으면서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공자의 태도를 하찮게 여기거나 시시콜콜하게 그런 일상까지 규제하려는 공자의 의도를 불순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공자 시대에도 그러했지만 오늘날에도 의전상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다면 그렇게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공식석상에서 두 나라의 대통령이 같이 걷게 되었을 때 누가 앞서서 걷는지, 누가 어떤 자리에 앉는지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다못해 오늘날의 회식자리에서도 누가 어디에 앉고 누가 먼저 건배를 할지는 그냥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논어’를 연구한 학자들은 앞의 구절에 대해 여러 주석을 남겼다. 어떤 사람은, 밥을 먹을 때는 폐의 기[이를테면 기도]가 막히게 되는데 이때 말을 하면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 폐를 상하게 된다고 하였다(대역 논어집주, 주자와 제자들의 토론). 이는 매우 정확한 지적이다. 나아가 밥을 먹으며 말을 하면 음식을 흘리거나 입에서 튀어나올 가능성이 많아진다.

말을 하는 동안 공기가 뱃속으로 들어가 밥을 먹고 나서 더부룩해지거나 트림이 많이 나게 된다. 또한 얘기를 하다 보면 좋은 말만 나오라는 법이 없어서 기분 나쁜 말이라도 오가면 밥맛이 떨어지거나 체하기 십상이다. 예의를 지켜야 하는 어려운 자리라면 무얼 먹었는지도 모르게 된다. 그러므로 이런 공자의 식사 습관은 오늘날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논어’를 살펴보면 공자는 음식을 먹을 때도 매우 조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썩거나 쉰 것은 물론 색깔이 이상하거나 나쁜 냄새가 나거나 익지 않은 것, 제철이 아닌 것은 먹지 않았다. 시장에서 사온 고기도 먹지 않았다.

나라에서 나누어준 고기는 그날을 넘기지 않았고 제사에 쓰인 고기도 3일이 지나면 먹지 않았다. 심지어 바르게 자르지 않은 것도 먹지 않았다. 여기에서 ‘바르다’는 것[方]은 예 또는 권력의 바른 질서를 상징한다.

그러나 공자가 음식을 먹을 때 꼭 까탈스러웠다는 뜻은 아니다. 공자는 아무리 거친 밥과 나물일지라도 반드시 제를 올리고 경건하게 먹었다. 또한 가난을 즐겨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술도 거의 무한정 먹을 정도로 소탈한 면모도 엿보인다. 그런 공자가 고기를 먹을 때는 반드시 밥보다 많이 먹지 않았다고 한다. 한 마디로 반찬으로 먹은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한의학에서 사람은 하늘과 땅의 기가 합해서 태어나고 태어난 뒤에는 하늘과 땅이 낸 기를 먹고 살아간다고 했다. 곡식은 땅이 낸 기다. 땅의 기다. 그러므로 곡식을 먹는다는 것은 땅의 기를 직접 먹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땅에서 나는 곡식이 모든 음식의 바탕이 된다. 사람의 기는 바로 이 곡식에서 나온다. 죽는 것을 곡기(곡식의 기)를 끊었다고도 하는 것처럼 곡식은 생명이다.

고기는 그것이 소가 되었든 돼지가 되었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하늘과 땅의 기로 태어나 하늘과 땅의 기로 살아간다. 하늘과 땅이 낸 기를 먹고 살지만 그 고기는 이미 하늘과 땅의 기가 아니라 땅의 기를 먹은 짐승(초식동물)이나 그 짐승을 먹은 짐승(육식동물)의 고기의 기다. 고기는 곡식에 비해 치우친 성질[기氣]과 강한 맛[미味]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그 짐승의 치우친 기를 먹는 것이지 땅의 기를 먹는 것은 아니다.

고기는 치우친 기를 갖고 있다. 그런 치우친 기를 많이, 그리고 오래 먹다 보면 내 몸의 기도 치우치게 된다. 그래서 흔히 고기를 먹을 때는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 한다. 그러나 채소가 아니라 곡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채소(과일이나 풀)는 고기에 비하면 더 고른 기를 갖고 있지만 곡식에 비하면 기가 치우쳐 있다. 따라서 가장 고른 기를 갖고 있는 곡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고기를 먹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밥을 한 숟가락 먹고 마치 김치나 나물을 먹듯 반찬으로 고기를 먹는 것이다. 쌈에 밥을 넣어 같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고기보다 밥의 양이 많게 된다. 이렇게 하면 고기를 자주 먹는다 해도 몸에 큰 이상은 없다. 거기에 고기 양이 줄어드니 그만큼 비싼 고기값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어떤 사람은 햄버거가 바로 그런 식으로 먹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야채까지 있으니 더욱 바람직한 음식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나 지금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으로 판매되는 햄버거는 곡식이든 고기든 모두 곱게 갈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어떤 고기를 썼느냐 하는 것도 문제다. 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

그리고 구웠다기보다는 거의 튀김 수준으로 기름기가 많다. 진짜 빵(최소한 3가지 이상의 곡식을 거칠게 갈아 자연 발효시켜 만든 빵)에 좋은 고기를 쓰고 기름을 최소화하고 야채를 듬뿍 넣은 햄버거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햄버거도 너무 자주, 오래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전히 곡기보다 고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외식을 할 때는 고기를 시키면서 동시에 공깃밥을 같이 시키도록 하자. 식당 주인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지 모르지만(실제 이렇게 시키면 대부분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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