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들려면 음양을 알아야 한다
철이 들려면 음양을 알아야 한다
  • 괴산타임즈
  • 승인 2018.11.0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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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의 한방의학]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입맛도 변한다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입맛도 변한다. 특히 사춘기를 지나면서 많이 변한다. 사춘기는 몸과 마음이 어른으로 변하는 때이기도 하지만 입맛도 아이들 입맛에서 어른 입맛으로 변하는 때이기도 하다. 이상하다고 잘 먹지 않던 것도 먹게 되고 보다 다양한 맛을 즐기려 한다. 얼큰한 매운탕이나 느끼한 곱창과 같이 어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왜 생기는 것일까?

사람을 계절에 비유하자면 어린이는 봄에 해당하고 청년은 여름에 해당한다. 봄이 되어 싹이 돋아날 때는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이 필요하고 촉촉한 봄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과 장마 정도의 비가 필요하다. 가을이 되면 곡식을 익히는 선선한 바람이 필요하고 겨울이 되면 모든 것을 갈무리하는 추위가 필요하다. 때에 따라 필요한 것이 달라진다. 한 마디로 음양이 서로 갈마들어야 결실을 맺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때에 따라 먹어야 하는 음식이 달라진다. 어릴 때는 위를 상하게 하지 않는 부드럽고 자극이 적으며 몸을 자라나게 하는 음식이 필요하지만 청년이 되기 위해서는 거칠고 강한 자극도 필요하다. 몸을 강하게 만드는 음식이 필요하다. 이런 변화에 맞춰 자기에게 필요한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 입맛의 변화로 나타난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채운다. 종족 번식을 위해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남녀 간 음양의 이치를 알게 되는 것처럼 맛에서도 자연스럽게 음양의 이치를 찾는 것이다.

‘음식남녀’라는 영화가 있었다. 예기(禮記) 「예운편(禮運篇)」에 나오는 구절을 따왔다(“음식남녀, 인지대욕존언 飮食男女, 人之大慾存焉”). 먹는 것과 섹스는 사람의 가장 큰 욕망이라는 말이다. ‘남녀’라는 음양의 예를 들어 성욕 일반을 뜻하는 말로 썼다. 맹자에도 이 말이 나온다(“식색, 성야 食色, 性也.”). 음식과 섹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배부르고 등 따시면 생각나는 것은 섹스다. 무수한 음식점과 러브모텔이 함께 하는 것만 보아도 이런 관계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섹스에서 음양의 조화를 맞춰야 하는 줄은 알면서 음식에서의 음양을 맞출 줄은 모른다.

섹스에서 음양의 조화가 맞지 않으면 누구나 바로 알 수 있다. 만족스럽지 않다. 심하면 기분도 나쁘다. 그러나 음식에서 음양의 조화가 맞지 않는 것은 많은 경우 바로 알 수 없다. 그런 부조화가 오래 쌓여야 비로소 알게 된다. 그러나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철이 들고 나니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더라는 얘기와 똑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와 똑같은 사람보다는 자기와 반대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키가 큰 사람이 작은 사람과 어울리고 마른 사람이 뚱뚱한 사람과 사귄다. 활달한 사람은 조용한 사람을 좋아하고 내성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을 따른다. 여기에서도 음양의 조화가 보인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찹쌀은 양이지만 보리는 음이다. 멥쌀은 덥지도 차지도 않아 고르다. 이를 ‘평平하다’고 한다. 그래서 몸이 찬사람[음]은 대개 찹쌀[양]을 좋아한다. 반면 속에 열이 많은 사람[양]은 찹쌀을 꺼려하고 보리[음]를 좋아한다.

고기에도 음양이 있다. 돼지고기는 차다. 반면 개고기나 닭고기는 덥다. 소고기는 고르지만 약간 따뜻한 편이다. 양고기는 닭고기와 개고기 사이 정도의 더운 기가 있다. 오리고기는 약간 차다. 그래서 몸이 더운 사람은 닭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찬 사람은 닭고기가 당긴다.

음식의 음양에는 물리적인 온도도 중요하다. 찬 돼지고기는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다. 돼지고기나 돼지기름을 많이 쓰는 중국음식이 식으면 유난히 맛이 없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돼지고기를 많이 쓰는 중국음식에서는 열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 감자전분을 많이 쓴다.

반면에 찬 것을 더 차게, 더운 것을 더 덥게 하는 방법도 있다. 냉면을 거의 얼리다시피 하게 먹는 것이나 돼지고기 냉채를 먹는 것이 그러하다. 이렇게 하면 그 음식의 찬 기운이 더 커져서 우리 몸은 찬 기운을 강하게 받게 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어쩌다 한두 번 먹는 것이지 자주 먹어서는 안 된다. 물론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의 몸 상태에 따라 자주 먹어도 상관없거나 오히려 좋은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나이가 60이 넘어서도 한겨울에 반바지를 입고 다닐 정도로 몸에 열이 많았다. 그 사람은 일 년 내내 점심은 꼭 냉면을 먹었지만 큰 탈이 없었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다.

물론 이 모두는 음식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음양을 맞춰 먹지 않아도 별 상관이 없다. 그러나 자기와 맞지 않는 음식을 많이 먹거나 오래 먹다보면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개 몸이 약한 사람들은 이런 관계를 민감하게 느낀다. 몸이 찬 사람은 냉면이나 돼지고기만 먹으면 바로 설사를 하기도 한다. 찬 맥주를 먹어도 마찬가지다.

음식에서 찬 것은 음이고 더운 것은 양이다. 찬 음식을 먹으면 몸이 차게 된다. 한기를 느끼기도 하고 속이 더부룩하면서 배에서 꾸룩꾸룩 소리가 나거나 설사가 난다. 소변이 맑으면서 힘없이 오래 나오기도 한다. 이런 것이 모두 몸이 차진 증상이다. 반면 더운 음식을 먹으면 몸도 더워지는 것을 느끼거나 변이 굳어지기도 한다. 여드름이 더 심해지기도 하고 피부가 가려우면서 머리나 몸에 작은 종기가 나기도 한다. 소변은 양이 줄면서 노랗게 되고 열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자기 몸의 상태를 알고 거기에 맞춰 음양을 조절해 먹으면 건강해질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일일이 다 알고 먹기는 힘들다. 그래서 기가 고른 음식이거나 그 자체로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찬 냉면에 더운 고추나 겨자를 넣거나 찬 돼지고기에 더운 새우젓을 넣는 일이 그러하다. 이처럼 요리란 단순히 맛을 내는 일이 아니라 음식의 음양을 맞추는 일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랬을 때 그 음식을 맛있다고 하고 사람들도 그것을 맛있게 여긴다.

그러나 대부분 음식점의 요리는 보다 더 강렬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음양의 조화는 고사하고 매운 것은 더 맵게, 단 것은 더 달게 만든다. 음식이 점점 짜지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의 혀는 매우 간사해서 그런 입맛에 길들여지면 다른 음식은 맛보지 않게 된다. 세치 혀로 세상을 우롱하는 것도 나쁜 일이지만 음식으로 세치 혀를 농락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나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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