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 괴산타임즈
  • 승인 2018.10.2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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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의 한방의학] 전통을 따르라. 그러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우리가 먹는 것을 음식(飮食)이라고 하는데, ‘음’은 음양으로 보면 음에 해당하며 마실 것을 말한다. ‘식’은 양에 해당하며 씹어 먹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음과 식, 곧 음식을 먹는 것은 음양의 기를 동시에 먹는다는 말이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밥과 국이 대표적인 ‘음식’이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이런 음식이 흔치 않다.

중국은 주식과 부식을 구분하지만 엄밀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밥과 반찬, 국 또는 찌개라는 식으로 먹지 않는다. 일본은 밥과 반찬이 있고 국이 있지만 음식을 먹을 때 대부분 젓가락을 쓰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만큼 주요한 음식은 아니다.

우리는 회를 먹을 때도 뜨끈한 매운탕이 없으면 아쉽지만 일본에서는 회를 먹을 때 대개 회만 먹는다. 이외에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뜨거운 국물을 먹지만 반드시 밥과 같이 먹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 음식에는 국이나 찌개가 딸려야 하므로 요리하는 데는 반드시 물과 불이 있어야 하며 조리기구만이 아니라 많은 시간과 공간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국이나 찌개를 끓일 큰 그릇이 있어야 하므로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라고도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음양의 조화를 맞춘다는 것은 단순히 이론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다. 음식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도 음양으로 되어 있으므로 음식에서 음양의 조화를 맞추는 것은 몸의 건강을 위한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을 없애기 위해 음식을 먹는 것이지 전쟁을 하기 위해 음식을 버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국물을 먹는데도 사람에 따라 달리 먹는다. 어떤 사람은 건더기는 손도 안 대고 말 그대로 국물만 조금씩 떠먹는다(마른 사람들이 대개 이렇게 먹는다). 어떤 사람은 무조건 국물에 밥을 말아 들이키듯 먹는다(살찐 사람들이 대개 이렇게 먹는다).

우리에게도 국밥이라는 전통이 있지만 이는 길을 가다 바삐 먹는 밥이었다. 보통 국과 밥은 따로 먹었다. 밥과 국을 먹는 좋은 방법은 밥과 국을 따로 먹되 건더기까지 다 먹는 것이다. 밥을 말게 되면 가능하면 천천히 먹도록 한다.

너무 당연해서 별 생각 없이 늘 먹고 있지만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은 것이 음식이기 때문에 음과 식이 무엇인지 하나씩 따져보기로 하자.

먼저 음식은 마시거나 씹어서 넘길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질기거나 딱딱한 것은 먹을 수가 없다. 물론 크기가 작으면 그냥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음식의 맛을 즐길 수가 없다. 약이라면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것은 음식으로 치지 않는다.

반면 너무 부드러워 씹지도 않고 그냥 넘길 정도의 것만 먹으면 음식이 아니라 음만 먹는 셈이 된다. 식도 같이 먹어야 한다. 적당히 씹을 거리가 있어야 한다. 이유식을 하거나 어린 아이에게 너무 부드러운 음식만 주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음식은 먹어서 몸에 좋은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 먹고 탈이 나거나 식중독처럼 부작용이 나면 안 된다. 그리고 단지 그때 좋을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을 두고 먹어도 좋아야 한다. 오래 먹어서 나쁜 것은 글루탐산나트륨(MSG), 아스파탐 같은 것이 대표적인 것이다. 아니 거의 모든 식품 첨가물이 그러하다(죽음을 부르는 맛의 유혹). 중금속은 말할 나위도 없다.

마지막으로 음식은 먹고 나서 잘 빠져나가야 한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은 너무 가난해서 제대로 된 음식을 못 먹고 나무껍질 같은 것을 먹을 수밖에 없어서 나온 말이다. 거친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너무 부드러운 것도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 기름진 음식이 대부분 그러하다. 그런 것은 제대로 된 음식이 아니다.

그런데 음식을 대충 먹는 사람이든 요모조모 따져 먹는 사람이든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밥을 코로 먹지는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입으로 밥을 먹는다. 그런데도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밥은 입으로 넘겨야 한다는 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정작 입으로 들어간 다음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음과 식을 제대로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알 필요가 있다. 그래야 모자란 부분은 더하고 넘치는 부분은 줄이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음식이 각기 들어가는 곳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서로 다른 음식의 기가 우리 몸의 여기저기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근대 서양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고기든 단백질이나 지방 등의 구성이 다를 뿐이지만 한의학에서는 어떤 고기인가에 따라 몸의 다른 부위에 작용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모두 비위(脾胃)에 작용하지만 돼지고기는 콩팥에도 작용한다고 본다. 콩팥의 기를 세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어떤 음식이 우리 몸의 어떤 부위에 작용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바로 귀경(歸經)이다.

‘귀경’은 경락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우리 몸을 하나의 기로 보되 간이나 심장 등의 오장육부를 나누어 각각의 기를 구분하여 간을 중심으로 흐르는 기를 간경(肝經)의 기라고 부르고 심장을 중심으로 흐르는 기를 심경(心經)의 기라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런 기가 흐르는 길을 간경, 심경이라고 한다. 나머지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어떤 음식이 신장(腎臟)에 작용하면 그 음식의 귀경은 신경(腎經)이 되고 폐에 작용하면 폐경(肺經)이 된다.

예를 들어 도라지를 먹으면 기침이나 가래가 있을 때 좋다고 한다. 이는 도라지가 폐경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근대 서양과학은 이를 도라지의 특정 성분의 작용으로 말하지만 한의학에서는 도라지의 기의 작용으로 말한 것이다. 이렇게 거의 모든 음식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그 음식의 기미와 더불어 귀경을 밝혀 놓았다.

만일 어느 특정 장부의 기만 커지거나 적게 되면 병이 생긴다. 모자란 것[허(虛)]도 병이지만 넘치는 것[실(實)]도 병이다. 그래서 어느 하나의 음식만 먹게 되면 그 음식의 귀경에 따라 특정 장부의 기가 치우치게 된다.

그런데 똑같은 경락에 들어간다고 해도 차고 더운 차이가 있으며 보해주느냐[보(補)] 깎아내리느냐[사(瀉)]의 차이가 있다. 오르고 내리는 차이[승강부침(升降浮沈)]도 있다. 체질에 따른 차이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복잡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게 따지며 먹기보다는 차라리 그냥 내키는 대로 먹고 죽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그냥 전통을 따르라고. 그러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나아가 한 마디 덧붙인다. 하나의 생명을 온전히 기르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어떤 생명이든 모두 하나의 우주인데, 우주를 기르는 일이 그렇게 쉬울 수만은 없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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