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신토불이여야 하는가
꼭 신토불이여야 하는가
  • 괴산타임즈
  • 승인 2018.10.0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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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의 한방의학] ‘신’이란 내가 해온 행위의 결과라는 뜻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박석준 흙살림 동일한의원 원장.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은 남송南宋의 승려인 지원智圓의 '유마경략소수유기維摩經略疏垂裕記'라는 책에서 처음 나왔다. 여기에서 ‘신’이란 내가 해온 행위의 결과라는 뜻이고 ‘토’는 그런 행위가 일어나는 환경, 조건을 말한다. 이 둘은 떨어지지 않는다, 한 마디로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라는 말일 것이다.

이 말을 1907년 일본 육군 약제감藥劑監 이시즈카石塚左玄 회장이, 19세기 말부터 밀려들어오는 미국 밀가루에 대항하여 밀가루 망국론을 펼치며 현미와 채식을 기본으로 한 식단을 내세운 식생활 운동을 전개하며 뜻을 바꿔 사용하였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에서 대량으로 쌀을 비롯한 각종 농작물을 거둬가던 일본의 행태를 생각해보면 신토불이(신도후지しんどふじ)는 오직 미국에 반대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 후 1912년 일본 식양회食養會 이사로 육군 기병 대위였던 니시하다가쿠西端學가 일본 본토에서 생산된 제철 음식과 전통식품이 몸에 좋다는 뜻으로 사용되었고 이후 유기농, 자연식품, 생활협동조합, 대체의학 등의 세력과 결합하여 일반화되었다(중국, 일본 등의 위키백과).

우리나라에서는 이 말을 1989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이 임박했을 때 농협중앙회에서 우리농산물 애용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다시 갖다 썼다. 이을호 선생은 신토불이 생명론을 내세우며 신토불이 운동의 선구가 되었다.

확실히 신토불이는 맞는 말이기도 하고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는 그 사람이 사는 곳에는 그 사람에게 필요한 기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신토불이를 해야 가장 신선하면서도 자기 몸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신토불이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왜 그러한가. 

황제내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같은 병인데도 치료하는데도 그 방법이 다른 이유는 그 사람이 사는 땅의 차이에서 온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동쪽에 사는 사람은 물고기와 짠 음식을 많이 먹어 피부가 검고 거칠며 종기 같은 병이 잘 걸리므로 병든 곳을 째는 침의 일종인 폄석砭石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하였다.

서쪽에 사는 사람은 바람이 많이 부는 모래땅에서 산다. 물이나 땅이나 모두 척박하다. 옷도 거칠다. 그러나 먹는 것은 늘 고기와 같은 기름진 것을 먹는다. 그래서 몸이 단단하여 병은 밖에서가 아니라 속에서 생긴다. 이럴 때는 기가 치우친 독한 약을 써서 치료해야 한다.

남쪽은 양기가 넘치는 곳이다. 땅은 낮고 물이 흐리며 땅은 무르다. 안개와 습기가 많다. 남쪽에 사는 사람들은 신 걸 잘 먹고 썩은 것(발효된 것)을 잘 먹는다. 그래서 피부는 치밀하고 붉다. 이런 사람들은 뼈에 병이 생기며 근육에 경련이 잘 인다. 이럴 때는 가는 침을 써서 치료해야 한다.

북쪽에 사는 사람은 지대가 높고 추위와 바람이 세며 늘 거친 야외에서 지내므로 찬 기운으로 인한 병이 많아 뜸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첫째로 지역적인 차이 때문에 같은 병이 걸려도 병든 원인과 그 사람의 체질, 몸 상태가 다르므로 치료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과 그 지역에서 나는 것이 모두 거기 사는 사람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에 따라 기가 치우쳐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생산된 것의 기 역시 치우쳐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역적으로 중앙과 같이 치우치지 않은 곳에서는 상관없지 않을까?

마찬가지다. 중앙은 땅이 높지도 낮지도 않고 습하여 다양한 먹거리가 난다. 그러니 자연히 먹는 것도 잡스럽게 되고 먹을 것이 풍부하니 일을 많이 하지 않는다. 늘어지는 병이 잘 걸린다. 이때는 도인이나 안마로 치료한다. 

우리나라는 덥고 추운 사계절의 기가 고루 돌아간다. 산간 지역을 제외하면 평평한 땅이 많고 토질도 좋다. 바다도 끼고 있다. 물도 절로 난다. 세계 어디에도 없을 만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 땅에서 나는 것이니 그 음식의 기도 좋고 먹으면 내 몸에도 좋을 것이다(물론 지금은 공해가 엄청나고 고속도로 등 무차별적인 도로의 개설로 땅이 망가지고 4대강 등으로 물도 망가져가고 있지만).

그러나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병이 나면 때로 그 땅에서 나지 않는 기가 필요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계피나 감초가 대표적인 예다(감초는 북녘에서 일부 생산되지만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런 약이 없으면 치료가 불가능할 때가 많다. 약은 치우친 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 지역에서 그렇게 치우친 기를 갖는 약이 나지 않으면 당연히 수입해야 한다. 그래야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우리나라같이 기가 치우치지 않은 곳은 특히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기가 치우친 지역, 예를 들어 북방의 유목민족이 사는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의 기, 곧 쌀이나 밀과 같은 곡식의 기를 먹어야 한다. 이것이 역사상 유목민족이 끊임없이 농경민족을 침략했던 이유다.

이렇게 보면 신토불이라는 말은 매우 제한적으로 쓰여야 함을 알 수 있다. 신토불이라는 논리를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면 다른 모든 민족이나 국가도 자기 땅에서 난 것만 먹어야 하므로 우리 농산물을 수출하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지역적인 기의 치우침으로 치우친 음식 밖에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다른 지역의 음식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성립한다. 외국에 대한 식량원조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몹쓸 짓이 된다.

그러나 역시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외국의 각종 음식은 문제가 많다. 여기에서는 각종 첨가물, 농약이나 유전자조작 등의 문제는 논외로 하지만, 그런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연 그런 채소나 고기가 어떤 기를 갖고 있는지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어떤 기를 갖고 있는지 알아도 그 음식과 다른 음식과의 관계가 검증되지 않았다. 요리를 해 먹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또한 우리 체질과의 관계도 검증되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지금 이름도 외우기 힘든 외국의 각종 채소나 과일을 즐겨 먹는 사람, 수입 식품을 즐겨 먹는 사람은 몸소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임상시험을 거쳐 100년쯤 지나면 우리는 비로소 그 음식의 기를 알게 되고 다른 음식과의 관계도 알게 되고 우리 체질과의 관계도 알게 될 것이다. 그럴 때 외국의 음식은 우리 땅에 우리 음식으로 정착될 것이다. 음식은 그렇게 어려운 길을 거쳐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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