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쇠소깍
서귀포 쇠소깍
  • 괴산타임즈
  • 승인 2018.10.0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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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이승신 시인이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으로  -  2016  3  28  동경
이승신 시인, 동경 메구로 강 6키로에 늘어진 밤 사쿠라 배경

몇 해 만의 제주 입니다.

1968년에 부모님이 귤밭을 사게 되어 그 무렵엔 자주 갔어도 그 후 긴 미국의 삶에서 귀국 한 후로는 몇 해에 한 번이나 가게 됩니다. 그만큼 제주의 매력이 내려간 것일 수도 있고 다니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한 때는 국민의 신혼여행지로 선호되었으나 세월이 흐르며 많이 변하여 서울의 부자만 올 수 있다고들 합니다. 신혼여행을 외국으로 가게 되었고 제주로 가는 비용이 웬만한 외국으로 가는 것보다 많이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중국사람들이 제주도를 좋아하여 많이들 와서 시끌법적한 때도 있었으나 사드로 인하여 서울에 중국인이 줄어들었 듯 여기도 그러합니다.

대체적으로 보면 제가 여기 오기 시작한 만 50년 전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땅값이 좀 올라갔고 숙박할 데가 많아졌다는 정도이지 대단한 국제 도시가 된다는 60년 대 뉴스를 흘린 당시와의 차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제주는 생각보다 크다고 올 제마다 느껴집니다. 쉬러 왔지만 어디를 좀 볼까 생각하면 떠오르는게 천지연 폭포 정방 폭포 주상절리 성산 일출봉 같은 관광지들입니다. 

서울 사람이 서울에서 남산 남대문 잘 안가듯 제주의 유명 관광지는 안가게 되어 이번에는 새섬을 보았고 쇠소깍을 보았습니다. 

새섬은 2009년, 서귀포항과 이은 새연교라는 다리를 만들었고 그 섬에 살던 주민들을 다내보내고 다듬었다고 합니다. 다리를 건너며 오랜만에 바라보는 바다 위 범섬 문섬이 보기 좋았습니다. 새섬에 발을 들이니 음악이 나오는 뮤직 벤치가 있고 산책길이 펼쳐집니다. 20여 분 걷는 거리가 바다를 낀 숲으로 조용하고 신천지를 밟는듯 신선합니다. 

같은 서귀포에 쇠소깍을 향합니다.

효돈천의 하구로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가념물입니다. 예전에는 가뭄 등에 주민들이 모여 기우제를 올리면 반드시 효험이 있었다고 하며 흔한 사랑의 전설도 있습니다.

쇠는 소이고 소는 연못, 깍은 하구라는 뜻입니다. 소가 누운 모양으로 생긴 하구의 연못이란 뜻인가 봅니다. 우측으로 너른 바다가 보이면서 왼켠으로는 소가 누은 듯 아담하고 긴 물이 보이는데 그 물빛이 독특합니다.

아래에서 솟구치는 민물과 바다물이 적당히 섞여서인지 제주에서 보는 어떤 물과는 전혀 다른 묘한 녹빛이 진한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합니다.

1978년 뉴욕 업스테이트의 시라큐스 대학원을 나오고는 더 북쪽으로 한 50 분 거리의 Oswego에 2년 산 적이 있습니다. 뉴욕 주립대학이 있는 캠퍼스 타운으로 미국의 바다같은 오대호 중 온타리오 호수를 면한 곳입니다. 아들이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10월부터 눈이 날려서는 여덟달 가까이 눈이 옵니다. 키보다 높은 눈을 아침마다 치워야 차로 나갈 수가 있습니다. 잠시 다니러 온 분들은 눈 덮힌 키큰 소나무들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넘 아름답다고 반했지만 어서 거기를 나오는 것이 소원인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름 한 철은 주위의 숲과 폭포, 흐르는 냇물과 작은 호수들이 마음에 듭니다.

에메랄드보다 선명한 빛과 여러 빛깔의 호수 물빛이 신비로웠습니다.

짧은 일정에 쇠소깍의 독특한 물빛이 좋아 두번을 가 보았습니다.

오래 전 오스위고 여러 호수의 물빛이 떠오릅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바다를 건너 온 어머니의 편지는 '인생은 고해다' 로 시작했습니다.

40년 고해의 세월을 살아냈습니다.

그렇게 나오고 싶어 했던 뉴욕 오스위고의 물빛과 집앞을 흐르던 물소리가 그대로인지 꿈은 아니었는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쇠소깍의 물을 바라보며 40해 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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